[2020미얀마] 1. 항상 맞이하는 출발의 순간, 나는 인천공항에서 늘 그랬듯 집을 그리네

꿈꾸던 여행은 항상 찾아오고, 여행을 떠나려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든 혹은 세우지 못했든 항상 따뜻하거나 시원한 집을 떠올린다. 나이가 하나 둘 쌓이면서 여행지에서의 확정적인 불편함을 일련의 경험으로 생생하게 떠올리곤 지레 겁먹고 비행기 표를 취소한 적도 있었고 가족 때문에, 직장 때문에 떠나지 못했던, 아니 핑계를 꺼내곤 했다. 마지막 여행, 특히 마지막 국제선 비행기로부터 5년이 지나서야 집이 지겨워졌고 한국에 남아있으면 안 되는 마냥 발을 동동 굴렀다. 그동안의 무분별한 소비의 증거로 쌓인 마일리지를 써볼까 마음을 먹고 예전에 사두었던 가이드북을 한 장 넘겨보니 어느새 비행기 표 예약은 손쉬웠다. 하지만 이제 막 발병한 코로나19가 이번 여행 최대의 방해물이었다. 사람들이 아직 마스크를 잘 쓰지 않던 그때, 타향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말 같지도 않은 공포는 이미 여행을 중단하기에 좋은 구실이 되었고 주변에서의 염려와 걱정이 쌓일수록 신기하게도 더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태생적인 청개구리이기에 설마 여행 갈 수 있겠어?라는 생각에 계획도 안 짜고 동선만 대충 휘리릭 공부했던 어느 날, 평상시와 다르게 조금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인생 처음으로 국적기에 타기 때문에, 인천공항 터미널이 확장했기 때문에 공항으로 가는 길은 특히나 더 새롭고 신비했다. 환전조차도 하지 않았기에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내려 ATM에서 달러를 꺼내들었고, 다시 2터미널로 가는 공항철도를 기다렸다. 공항에는 놀라울 만큼 사람이 없었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정해진 동선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면세점 앞을 지나 걸어가는데 이렇게 텅 빈 공항을 보니 창궐한 전염병이 무섭긴 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공항은 생애 첫 라운지 이용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마티나 라운지에는 항상 사람이 많아 제한 시간이 있고, 심지어 미리 이름을 걸어놓아야 이용할 수 있다는 후기들이 참 많았는데 한산했다. 평상시보다도 빠르게 끝난 보안검색 덕분에 라운지에서 맥주를 마실 시간은 충분히 많았고 아이패드에 동영상을 다운로드하며 간단하게 내가 가게 될 양곤이라는 곳에 대해 공부를 했다. 양곤국제공항에 22시쯤에 도착할 예정이기에 원활한 시차 적응을 위해서 비행기에서 따로 잠은 청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미 라운지에서 공짜라서 더 쉽게 넘어가는 생맥주를 5잔 넘게 마신 터였고, 여유 있게 화장실을 이용한 뒤에 게이트로 향했다. 한국에서는 출국했고, 아직 미얀마에는 입국하지 않은 이 중립지대에서의 느낌은 벌써부터 이번 여행이 어떻게 진행될지 묘한 암시를 주는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