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미얀마] 2. 비행기가 선물하는 폐쇄공포의 시간

미리 이야기해야할 것이 있다. 어떻게 보면 자기연민이며 자기고백일 수도 있지만 나는 경증의 폐쇄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그 첫 시작은 언제였을까? 처음으로 인지했던 순간은 태풍 볼라벤으로 인천공항으로 가던 비행기의 연결편이 취소된 베이징에서였는지도 모른다.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했기에 숙소를 배정받으러 가는데 버스가 너어무 좁았다. 그때 흘렸던 식은땀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증세는 점점 더 악화되었다. 인도 남부 코치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에어아시아에는 고통에 몸부림쳤으며 군복무를 할 때도 이런 증상 때문에 제약이 발생했다. 아무튼, 나의 증세를 충분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과 내가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한다. 그 결과 비행기 창가석은 내가 선호하지 않는 자리가 되었고, 비상구 좌석이 나에게 배정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매번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운이 따르는 일이다. 이번 비행에서는 완벽한 복도석이었고 대한항공은 앞뒤 간격이 넓은 편이라 여유로운 편에 속했다.

이미 라운지에서 다섯 잔이 넘는 맥주를 마셨고, 기내식과 함께 또 맥주를 마셨으며 술의 힘을 빌려 잠에 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항공기 화면 너머로 우한을 보면서 ‘저기에서 시작된거야? 진짜?’ 이런 생각도 했으며 예전에 봤었던 조커를 다시 보면서 공중사육을 당하다보니 익숙한 지명들과 익숙하지 않은 지명이 스쳐지나간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그토록 떠나고 싶어했던 반도를 떠올리기도 했고,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넘겨보면서 또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궁금해했다.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직 만나지 못한 도시와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2주를 살짝 넘는 여행에서의 목표를 매일 맥주마시기로 정했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고, 쓸데없는 목표도 일단 목표라는 이름 아래 지켜진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