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에 도착해서는 해야할 것이 몇 가지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낯선 침대에서 이루는 잠은 여독을 씻어내기에 무리가 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사려고 했던 통신사 부스에 사람이 없어서 유심을 사지 못했기 때문에 공항을 먼저 가야했다. 도보로 이동할 만한 거리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에 마지막 샤워를 하곤 짐을 챙겨 체크아웃했다. 도로 위에서 그림자가 점점 줄어들고, 그 그림자조차도 배낭을 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야 비로소 낯선 곳을 헤매고 있다는 결론에 닿았다. 공항에서 환전한 돈을 이용하여 유심을 구매하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술레파고다행 공항버스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계획이라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이드북도 가져오지 않았고 일단 가서 유심을 사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에 전반적인 이동경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술레파고다 근처를 구경하고 점심을 먹은 뒤에 카페에 앉아 다음 도시 바간 숙소랑 바간까지 가는 교통편부터 예약하기로 했다.
양곤은 나름 계획된 도시인데, 비엔티안도 그랬지만 그런 도시는 일방통행인 곳들과 빽빽하게 들어선 집단 지구가 있다. 가방을 메고 있었지만 크게 무겁지 않았고 겨울에서 여름으로 넘어온 여유 떄문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 골목들을 돌아보는 것이 오늘의 목표 중 하나였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태양을 등지고 골목 속에서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흔히 한 국가의 얼굴은 수도이고, 도시의 랜드마크가 도시를 말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 또한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이 사는 곳을 적나라하게 알아보고 싶으면 골목을 들어가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도의 진짜 모습도 타지마할이 아니라 아그라역 뒤쪽에 있는 마을에서 찾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아, 물론 바라나시는 제외다. 바라나시는 인도 그 자체이지 않을까?
시장기가 몰려와 구글 지도에서 대강 별점이 높은 음식점에 들어가 국수를 한 그릇 했다. 역시 점심에는 면식이 정답이 아니던가? 샨 누들은 샨 족들이 즐겨먹는 음식이고 샨 주에서 많이 먹을 수 있었는데 이 때는 당장의 한 끼가 중요했다. 나중에 트레킹을 통해서 샨 주에 입성하고 여행할 때 먹은 국수는 다른 곳에서 먹는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특정한 지역에서 주로 먹고 다른 지역에서 그 맛을 찾기 어려운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제주 음식이 현지에서 먹는 것과 외지에서 먹는 것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부산 돼지국밥도 서울에서 아무리 잘하는 집을 간다고 한들 부산에서 대충 자다 일어나 해장할 겸 돼지국밥을 시켰다가 생탁 하나 더 시켜서 같이 먹는 것에 비할 수 없다. 많이 먹어본 음식은 이렇게 비교가 쉬운데 입맛이 까다로운 것도 아니고 맛의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 혀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여행지에서 음식이 맛있고 없다를 논하기에는 조금, 아직은 무리가 있었다. 여행의 묘미는 식견을 넓히고 경험을 쌓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니 맛있는 음식이든 맛없는 음식이든 뭐든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