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운전대도 잡지 않는 주제에 해외에만 나가면 스쿠터를 빌려타고 다니기 바쁘다. 매번 타는 것은 아니지만 ‘아, 걷기에는 조금 무리인데 자유롭게 다니고 싶은걸’이라는 생각이 들 때, 그리고 스쿠터를 빌릴 만한 곳이 있을 때는 꼭 사용하는 편이다. 바오바베드 호스텔 1층 바로 건너편에는 이바이크를 빌려주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하루 종일 빌리는데 드는 금액은 6천짯, 우리나라 돈으로 5천 원 정도 한다. 이바이크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로 충전하는 녀석인데 전기자전거보다는 난이도가 높고 스쿠터보다는 난이도가 낮다. 하지만 바간의 도로 상태가 엄청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다소 터프한 환경에서 자전거를 타봤던 사람, 혹은 스쿠터를 다른 곳에서도 타본 사람이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어제는 밤늦게 어렵게 걸어갔던 쉐지곤 파고다였지만 이바이크를 타고 가니 너무 가까운 곳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사람들의 생활권이 뒤바뀌었다고 한다. 생활권이 바뀌면서 사고하는 방식도 바뀌게 되고 그대로 삶이 바뀌는 셈이다. 신기하게도 빠른 것만을 추구하던 인류가 요즘에는 적당히 느린 것을 선호한다. 환경, 암세포의 전이, 아이가 어렸을 때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했으면 하는 부모의 바람까지 말이다.
걸을 때는 느껴지지 않던 바람이 이바이크를 타니 느껴져 기분이 상쾌했다. 기분이 상쾌한 나머지 붐비는 시장 부근을 지나 도로가 더 이상 도로라고 불리기 애매한 지점에 도달해버렸다. 적당히 갓길에 세워놓고 근처 언덕 위에 있는 세월의 풍파를 맞았지만 관리되고 있는 누군가의 사원과 하늘을 돌아본다.
바퀴의 힘을 빌려선 오를 수 없는 곳도 있다. 주차장에 차량도, 이바이크도 가지런히 세워놓고 계단을 열심히 오르다 보면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터전이 나타난다. 아직 햇빛도 기지개를 켠 지 오래 지나지 않아 그림자가 썩 예쁘게 지지는 않았다. 구석에 놓여있는 빗자루가 누군가에게는 이곳을 깨끗하게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이 되겠구나 싶었다.
타인의 영역에 침입하는 것 같아 차마 문은 열어보지 못했지만 멜론이 생각나는 옅은 연두색에 선명한 노란색 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별한 곳이 아니어서 인적이 드물고 눈에 띄게 아름다운 유적이나 유물이 없지만 그저 색깔 하나가 그리고 옆에 세워져있는 빗자루와 슬리퍼가 마음에 들어 꽤 오래 이곳에서 아침 햇살을 만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