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7. ~ 2013. 3. 1.
#2. 델리억류 14시간(2013. 1. 8. ~ 2013. 1. 9.)
델리, 인도 – 바라나시
나의 기차는 16시에 뉴델리 역에서 떠날 예정이었다. 숙소에서 짐을 챙겨 석별의 라씨를 한 잔 땡기고 친구들과 함께 역으로 향했다. 역을 들어갈 때 소지품을 검사하는게 인상적이었다. 자랑스럽게 내가 타야하는 플랫폼을 와서 전광판을 바라봤다. 그 곳에 내가 타야할 기차는 없었다. 놓쳤나? 넉넉하게 왔는데? 그 어디에도 기차는 없었다. 미리 떠났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그 많던 기차는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역무원을 붙잡고 물어보니 내가 타야할 동부행 기차는 안개 때문에 자주 연착되는 편이라곤 한다. 취소라고 말 안 한게 어디야. 다행스럽게 여기며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탈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물었다. “역무원 양반, 그럼 내 기차는 도대체 언제 온단 말이오?” “나도 모름여”
밤에 온다는 기약 없는 말만 듣고 터벅터벅 다시 라씨를 한 잔 들이켰다. 할 것이 없어 빠하르간지에 하루 일찍 온 선배로써 길목에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빠하르간지에 슬슬 어둠이 내릴 때, 우리는 조금 심심해졌다. 그래서 구경을 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노점상들과 꼬마들이었다. 그들과 지나가는 사람들과 손님들과 함께 노작노작 거리며 시간을 때웠다.




다소 늦은 저녁을 마치고 처음을 함께 했던 친구들은 올드 델리역에서 기차를 타기 위해 떠났다. 혼자가 된 나는 저녁을 먹은 카페에 둥지를 틀고 그 곳의 전기와 와이파이를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10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어둑어둑해진 빠하르간지로 내쫓겨 갈 곳 없이 헤매이다가 뉴 델리역에 가서 기약없는 기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슬슬 쌀쌀한 공기가 감돌고 사람들은 추위를 막기 위해 천 따위로 몸을 꽁꽁 싸맸다. 다른 사람들이 떠나고 다시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 수 차례. 내가 떠날 차례가 되었다. SL칸의 가장 높은 곳에 둥지를 틀고 침낭 속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내가 잠에서 깬 것은 아직 한낮,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느긋하게 꿈 속을 헤매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정차하는 곳마다 과자와 짜이, 가끔은 도시락을 파는 행상인들이 올라왔고 나는 그 사람들에게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했다. 누워있는 것도 지쳐 아래칸으로 내려오니 외국인은 한 명도 없고 인도사람들이 눈을 깜빡거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먹던 음식을 나에게 권했지만 아직 경계심이 누그러지지 않았던 나는 그들의 호의에 미안함을 표했다. 나에게 권했던 음식은 내 옆자리에 또다른 콧수염이 인상적인 아저씨에게 넘어갔다.

물류 수송을 주로 담당하는 역에 잠깐 멈췄을 때, 나와 함께 공간을 공유하고 있었던 사람들의 눈길은 바깥에 세워져있는 양파 열차에 꽂혔다. 사내 둘이 내려 부지런히 양파를 창문으로 옮겼고 제법 많은 양의 양파를 서리했다. 아까 음식을 나눔받은 아저씨는 받았던 호의때문인지 잘잘못을 따지진 않고 자기에게도 양파를 달라고 했다. 내 몫의 양파도 돌아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껍질을 까고 한 입 먹어보았다. 인도의 양파는 달았다.


출발 자체도 늦었지만 열차 자체도 늦게 도착했다. 바라나시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바라나시 정션에서 벵갈리토라로 사이클 릭샤를 타고 넘어왔고 아직 게스트하우스를 구하지 않은 채로 밤의 바라나시를 돌아보았다. 뿌자를 보러온 관광객들과 뿌자 의식을 진행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어둠이 내려 강은 칠흙 같은 어둠에 쌓여있었고 가끔씩 밤 낭만을 즐기기 위해 배를 타고 나간 사람들의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골목에 있는 어느 집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까페에서 미리 알아봐두었던 시원라씨 집에 가서 급하게 라씨를 들이켰다. 라씨를 내게 만들어준 길들은 뭘 그리 급하게 먹는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 안다는 포용적인 표정을 지었다. 라씨를 다먹고 다시 벵갈리토라 쪽으로 돌아와 터키 여행을 할 때 카쉬로 간 형이 숙소에서 들려준 쿠미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하룻밤에 80루피, 시설은 썩 좋지 않았지만 터키에서 밤 중에 들었던 아침을 먹으라고 하는 할아버지와 구석에서 하루종일 나오질 않는 약쟁이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이 곳에 둥지를 트기로 했다. 쿠미코 할머니에게 인적사항을 가르쳐드리고 좁고 위험한 계단으로 올라가니 사람들이 막 모여앉아 술을 제조하려던 참이었다. 걔 중에 성격이 참 좋아보이는 여자분이 물었다. “끼실래요? 100루피예요.”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풀썩 앉았다. 계란말이와 과자, 림카와 맥도넬. 나는 이렇게 바라나시의 첫날 밤을 맞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