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인도] #5. 사람, 사람, 사람. 바라나시

2013. 1. 7. ~ 2013. 3. 1.

#5. 사람, 사람, 사람(2013. 1. 9. ~ 2013. 1. 16.)

바라나시, 인도


​인도를 여행하면서 참 좋았던 것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피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피사체가 많은 곳으로의 여행은 사진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언제나 즐겁다. 바라나시는 여행객과 순례객, 주민 등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갠지스 강가 부근에 밀집되어 있어 여행 도중에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트에는 호객꾼들이 있다. 사진 엽서를 파는 호객꾼, 헤나를 하라는 호객꾼, 악기를 사라는 호객꾼까지 다양한 호객꾼들이 있는데 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워낙 오래있다보면 저 치들도 ‘이 양반은 사지 않을 거구나’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거래를 통한 관계가 아니라 그냥 안부나 묻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비즈니스 정신이 투철한 곳에 있는데 그렇게 농담 따먹기 식으로 노닥거리다가도 물건을 사지 않겠냐고 묻는 자기 자신을 보곤 헛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오빠 헤나 하실래요?”라고 물어보던 꼬마 호객꾼은 내가 바라나시에 있는 내내 아침 저녁으로 물어보는 집요한 녀석이었다. 코브라를 부리는 아저씨와는 인사를 하다보니 매우 친해져 매일 무료로 코브라를 보여주기도 했다.



땅콩 아저씨는 가트를 따라 오다가 사람들이 많은 곳에 좌판을 설치하고 땅콩을 판다. 오후 소일거리가 갠지스 강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었던 만큼 조금은 무료할 수도 있는 시간에 먹는 아저씨의 땅콩은 일품이었다. 짜이도 한 잔 들이키면서 땅콩을 까는데 집중하다보면 어느 새 땅콩이 다 떨어지기 일 수 였다.


아이들의 놀이터는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가트 위가 바로 놀이터 자체였으니까. 연을 날리다가도 우리나라의 야구 열풍보다 더 강력하다는 인도의 크리켓 열풍으로 배트를 잡고 휘두르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룰은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어서 같이 크리켓을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던 와중에 어떤 아이들이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을 가져와 배드민턴하면 사족을 못 쓰는 나도 같이 하겠다고 했다. 왠걸 스매쉬를 몇 번 날리니까 라켓이 부러졌고 나는 라켓 비용을 물어내야했다. 내가 인도에서 당한 수많은 사기 중 하나였다.


갠지스 강에는 도비왈라들도 있다. 빨래를 하기 위해 태어났을 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빨래를 한다. 그게 그들의 삶이다. 바라나시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빨래를 맡기면 왠지 도비 왈라들이 갠지스 강물에 벅벅 문대서 줄 것 같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다.  빨래를 함부러 맡기지 못하고 있었다가 도저히 찝찝함을 참을 수 없기도 했고 게스트하우스 사장이 절대로 갠지스 강물에 빨 일은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을 놓고 맡겨놓곤 평소처럼 가트를 산책하는데 저 멀리 빨래를 하고 있는 도비왈라가 눈에 띄었다. 엄청 익숙한 패턴의 옷을 열심히 문대고 있길래 ‘에이 설마 아니겠지.’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니 자신의 옷이었다. 바라나시를 갔다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강물이 참.. 더럽다.



가트에는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 갠지스 강가에서 하루 종일 광합성을 하며 때때로 기도하고 때때로 초점 없는 표정을 짓고 있던 사람들​, 어떤 문제가 그들을 괴롭히고 있었을까?






마지막으로 가트에는 이방인들이 있다. 인도에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바라나시를 찾는다. 그 중 몇몇은 자신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바라나시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장기체류를 목적으로 바라나시에 방문한 사람도 있다. 내가 바라나시에서 처음 만난 여자 여행객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같은 날 쿠미코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간 동기였는데 나름 사교성이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었다. 그녀도 이런 저런 일정을 들고 바라나시에 들어갔다가 늪에 빠져버린 케이스, 바라나시에만 있다가 출국했다. 바라나시에서 사기를 당한 사람도 있다. 쿠미코 게스트하우스에 묵던 한 남자 여행객은 바라나시 도심에 있는 쇼핑센터에서 인도인의 호의로 맥도날드를 얻어먹곤 정신을 차려보니 화장실에 쳐박혀있었다. 물론 장기는 털리지 않았지만 자신의 물건을 도난당한 뒤였다. 바라나시에서는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위에 나열한 것 이외에도 고등학교 때부터 인도를 들락날락하던 애들과 성격 좋은 간호사 양반, 알게 모르게 스쳐지나간 사람들, 나보다 더 진지하게 사진을 하는 사람, 그리고 이때는 알지 못했지만 나중에야 만나게 된 사람들까지.

마지막 날 나는 바라나시에서 아그라로 가는 기차를 타야했다. ​시간이 조금 빠듯했고 인도의 러시아워였다. 너무도 친해진 쿠미코 게스트하우스의 사람들은 기차를 놓치면 닭이랑 킹피셔나 사오라고 했다. 실제로 놓칠뻔 했다. 바라나시 정션에서 기차가 거의 출발하고 있을 때 올라탔으니까. 남인도부터 여행해온 사람들에게 간간히 들어온 천국, 디우에서 다함께 랍스타 라면을 끓여먹기로 약속하고 미련없이 떠났다. 그리고 아그라로 향하는 야간 열차에서는 바라나시와 바라나시에서 만난 사람들을 그리워했다. 떠나지 말 것을 후회하기도 했고 그래도 잘 떠났다고 다독이기도 했다. 그렇게 여행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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