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7. ~ 2013. 3. 1.
#9. 사막의 별을 헤다(2013. 1. 23. ~ 1. 25.)
자이살메르, 인도
자이뿌르에서 떠난 밤기차는 종착역이 자이살메르였다. 예상대로라면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낙타사파리 팀을 만나고 짐을 맡기고 여유있게 식사도 하고 샤워도 하고 그렇게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인도의 기차는 그런 나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었고 핸드폰에는 얼른 오지 않으면 나를 두고 가겠다는 누나의 카톡 뿐이었다. 애써 도착해서 누나가 일러준대로 데져트걸스의 픽업차량을 찾아 나섰다. 역의 출구에는 예약자를 찾는 사람, 예약하지 않은 사람을 데려가려는 사람, 기타 등등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조그마한 팻말을 들고 있는 인도인에게 가서 한 번 찡긋해주니 자신을 따라오란다. 이윽고 차 문을 열어주더니 다른 손님을 데리러 갔다. 얼른 가야 하는데… 이 사람이 금방 오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리자니 빈 손으로 차에 탄다.
자이살메르에서는 워낙 유명한 게스트하우스들이 있고 대다수가 여행기를 보고 예약하고 방문하기 때문에 나같이 예약도 안하고 겁도 없이 온 사람들이 별로 없다. 새로 생기는 게스트하우스들은 시설이 뛰어나거나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보였다. 자이살메르 성 안쪽으로 들어가니 큰 골목이 두 개가 있는데 오른쪽 골목을 쭉 따라가다보니 내가 찾던 간판이 보인다. 짐을 맡기고 얼른 대충 샤워를 하고 사막에서 사용할 침낭과 야상,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서 후다닥 내려왔다. 나를 기다리던 일행은 타이타닉에 음식을 먹으러 갔는데 음식이 나오지 않아 억류되어 있었고 나는 식당까지 갈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가게에서 과자나 사먹고 있었다. 길가에서 과자나 먹는데 인상이 강렬한 한 명이 담배를 피고 있었고 안경 쓴 친구는 그 옆에 서서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묘하게 안 친해보였다. 알고보니 나처럼 낙타사파리를 기다리던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을 소집한 누나가 등장한 뒤에야 대충 감이 왔다.
동갑내기 남자 둘, 인도에서 유학한 아까 그 학생 둘, 인도 푸네에서 유학하는 동갑내기 여자 한 명, 중국 상해에서 유학 중인 동갑내기 여자 한 명, 누나, 외국인 두 명. 마치 절대반지를 파괴하러 가는 원정대마냥 우리는 마치 살아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비장한 모습으로 사막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밤에 사용할 장작과 파티에 사용될 음료를 구매했다. 혹시나해서 하는 말인데 남는게 좋으니까 넉넉히 가져가세요. 원래 지프 두 대로 움직이는 등 조건을 명시화했는데 계속 말을 바꿔 진작에 계약서를 써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일행 중에 한 명이 이런 문제에 빠삭해야 한다.
사막 같지 않은 사막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외로운 낙타 한 마리. 저렇게 앉아있을 때는 정말 귀여웠다. 일어서면 높이가 많이 높아져서 처음엔 다들 사진을 찍고 그럴 엄두도 못냈다.
사막의 외곽에서 낙타를 타고 사막의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비용에 따라 낙타를 얼마나 오래 타는지가 결정된다.
건너편에서 오는 다른 그룹에게 인사도 나눠보았다.
초로의 낙타 몰이꾼. 개인적으로 무어인하면 떠오르는 흰색 터번을 쓰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제법 어울렸다.
햇살이 그렇게 따갑진 않은데 그래도 선블록이나 얼굴을 가릴만한 것들을 완비해서 가는 것이 좋다.


보통 낙타몰이꾼이 아래에서 낙타를 이끄는데 낙타몰이꾼이 힘에 부쳐 자신이 타도 되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여성 여행객의 경우 뒤에 탄 낙타몰이꾼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어(사실 소재 파악 못함)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나의 경우는 이제 초등학교 중학년 쯤 되었을듯한 아이였는데 워낙 순하고 내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행렬이 천천히 가는 동안 앞으로 뒤로 헤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달과 사구

중간 지점에서는 내려주면서 굳어있는 몸도 풀고 사진도 찍으라고 한다. 말이나 낙타나 타는 사람이 그 리듬감에 얼마나 몸을 섞는지가 관건인거 같다. 내가 타고 다닌 낙타와 날 인도해준 낙타몰이꾼. 그리고 저 모자 덕분에 나는 내셔널 지오그래피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긴 다들 맨몸으로 오는데 나 혼자 삼각대 이고 겁도 없지.
여행 중 모처럼 만난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점프샷도 찍어보고.
다같이 함께 뛰어보기도 했다.


낙타를 조금 타다보니 이제 여유가 생겨 셀카도 찍었다. 틸트 액정이 없는 DSLR로 셀카를 찍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막의 맛을 들이고 보니 베트남에 가면 조금 더 리얼한 사막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오랜 여정으로 슬슬 몸이 지쳐가고 점심으로 겨우 먹은 과자가 다 소화되었을 때, 우리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거창해보이지만 우리가 묵을 숙소란 말이다. 숙소는 비좁은 천막이었는데 인원을 다 수용할 수가 없어 누구는 밖에 자야했다. 복불복과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저 멀리 스러지는 태양을 등지고 역광샷을 찍어보았다. 지평선 너머로 낙타 행렬이 이동하고 있었다.
사막은 빠르게 식어갔다. 어둠은 사람의 시각을 마비시킴과 동시에 추위를 더 잘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사막의 남자들이 짜이를 끓여왔고 모래로 씻어서 인지 설탕 대신 모래가 씹히는 짜이를 설렁설렁 넘겼다. 이윽고 나온 식사는 생각보단 아쉬웠으나 장기간(이라고 해봤자 3시간 남짓)의 낙타 탑승으로 인한 허기를 채우는데 이만한 것이 없었다. 다소 두꺼운 짜파티와 알루로 만들어진 커리와 바베큐까지는 아닌 닭을 정신없이 먹었던 것은 단순히 식성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이 일상이 아닌 자연, 그것도 사막의 한 가운데였기 때문아닐까? 식사가 끝나고 불 주위에 둘러앉아 흥겹게 파티를 열었다. 사막의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가져온 술을 꺼내 주조를 시작하고 한잔씩 했다. 밤은 낮의 열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세게 몰아닥쳤고 모닥불의 불을 사수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나무를 해와서 불을 붙이고 다시 붙이고 밤은 깊어만 갔다. 하나둘씩 잠들고 달이 지는 시간 이후 별을 보자며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일어나 바라본 하늘은 별로 그득했다. 뒤늦게 일어난 사람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에 올린 고개를 내릴 줄 몰랐다. 나는 사람들에게 소원을 비는 법을 가르쳐줬는데 잠자던 무리에서 갑자기 돈돈돈하더니 다시 잠에 들었다. 내가 빈 소원은 이뤄질까? – 여행 노트에서
젊음, 청춘. 제법 마음에 드는 사진.


모래 같은 걸 끼얹으면서 놀다보니 모닥불은 불타오르고 우리의 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맞다. 나 엄청 배고파했었지?
우리의 저녁. 닭고기 바베큐 같은 거창한 것은 없었지만 짜파티와 알루, 그리고 닭고기는 충분히 나를 배부르게 했다. 조금 묽은 감이 없지 않았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닭은 배부를 떄까지 리필해줬다.
식후 짜이와 사교의 시간. 밤이 깊어져가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음료와 나무는 절실하게도 모자랐다. 남자끼리 사막에 비료를 준 다음에 나무를 해오기까지 했지만 제대로 마르지 않아 연기만 무성하게 피어올랐다.

그냥 사막 위의 하늘을 올려다 찍었다. 사막에는 정말 별이 많았다. 우리는 불이 꺼지자 밖에서 잘 사람은 밖에서 자고 안에서 잘 어르신들은 안에서 잤는데 일행 중 한 명이 탱크를 몰고 와서 한밤 중에 잠에서 깼다. 침낭을 갖고 나와 조금 쌀쌀한 사막 공기를 마시며 올려다본 하늘에는 정말이지 별이 많았다. 사람들 몇몇이 일어나 함께 별을 봤는데 저 멀리 꽤 자주 별똥별이 떨어졌다. 누군가가 소원을 빌어야하지 않겠냐고 하기에 내가 소원을 비는 방법을 또 어디에서 들어왔다며 말해주었다.
“소원은 길면 안돼. 짧고 임팩트 있게. 돈이 필요하면 돈돈돈, 남자가 필요하면 놈놈놈. 뭐 이런 식이지.”
그 순간 뒤엉켜 잠자던 사람들 사이에서 소원을 비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누군가는 여자를, 누군가는 남자를, 누군가는 돈을 외치며 세속을 떠날 수 없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물론 나도 그러했다.
사막의 아침. 일찍 일어나 황량했던 그곳을 찍어보았다.
다시 낙타를 타고 지프가 있는 곳까지 돌아와서 낙타에서 내렸다. 게스트하우스와 낙타몰이꾼들이 계약을 해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는데 이들에게 얼마나 돌아갈까? 우리는 상의 끝에 조금씩 돈을 거둬서 직접 몰이꾼들에게 전해주기로 했다. 낙타 사파리 프로그램은 엄청 많으니 제대로 비교를 해보고 후기를 보면서 선택하되 계약조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것이 좋겠다. 인도 여행을 하다보면 알겠지만 구두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사막 사파리가 끝나고 타이타닉에서 마지막 식사, 다들 잘 살고 있나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