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인도] #12. 화이트시티, 우다이뿌르에서의 힐링

2013. 1. 7. ~ 2013. 3. 1.

#12. 화이트시티, 우다이뿌르에서의 힐링 (2013. 1. 28. ~ 2. 1.)

우다이뿌르, 인도


조드뿌르에서 우다이뿌르까지는 버스를 이용했다. 로컬에 대한 추억이 있기 때문에 좀 쿠션감이 있는 버스를 이용했는데 가격은 . 여행사를 몇 군데 돌아다니며 조금 저렴하다 싶은 버스 티켓을 이용했다. 아침에 출발해서 오후에 도착했으니 인도에서는 가까운 셈. 중간에 휴게소 같은 마을에 들러 간단한 스낵을 사먹을 수 있었다. 인도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다보면 휴게시설에 도착하게 되는데 먹으면 탈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솔직히 조금은 있었다. 별 탈 없이 우다이뿌르에 도착하니 유명한 게스트하우스는 거의 빈 방이 없었다. 이게 바로 성수기 우다이뿌르의 모습인가? 론리에 나와있는 게스트하우스는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었고 삐끼를 낚아 가본 곳은 위치가 좀 외진 곳이었고 채광이 별로였다. 나는 방을 그렇게 따지진 않았는데 누나는 채광을 우선시여기는 듯? 원래 가고 싶었던 게스트하우스 부근에서 서성이고 있다가 누나가 아는 사람들과 연락이 닿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그 날 염소고기로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었고 누나는 룸메이트를 구해서 조금 저렴한 숙소를 찾을 수 있었고 나는 누나와 함께 입국한 형님이 내일 우다이뿌르를 떠나서 오늘만 같이 자고 다음날부터 방을 물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묵은 숙소는 하쉬 빌라스라는 곳이었는데 깔끔한 것만큼 가격대는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쓰던 방은 1층에 있는 방이라 소음과 채광을 고려한 합리적인 가격에 방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쉬빌라스 아저씨는 사업적인 센스가 조금 있는 분이었는데 좀 깨어있는 분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아저씨의 소개로 몬순 팰리스나 라낙뿌르, 쿰발가르 일대의 택시 투어를 진행할 수 있었다.


우다이뿌르에 가는 사람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저 멀리 호수에 떠있는 호텔과 시티팰리스의 야경, 세밀화와 각종 공예로 유명한 화이트 시티다. 나는 다른 도시들이 그랬듯 왜 우다이뿌르가 하얗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다른 도시에 비하면 우다이뿌르는 깔끔한 편에 속했다. 실제로 우다이뿌르에 신혼여행을 오는 인도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하던데 나는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이 도시에 금방 정을 붙이게 되었다.

 


 

해가 저쪽 멀리 떨어지기 시작할 때 시티팰리스에서는 불이 들어온다.



 

차가 통행할 수 없는 인도교.



 

시티팰리스에서 바라본 호수와 몬순 팰리스, 시티팰리스의 입장료는 박물관 입장료와 기본 입장료로 나눠진다. 나처럼 박물관에 관심이 없고 이쪽에서의 조망을 보고 싶다면 기본 입장료만 내고 들어가면 된다. 이곳에서 보아하니 야경이 예쁠 것 같아 티켓을 한 번 끊으면 재입장이 가능한지 궁금했던 누나는 직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누나는 나름 고급 영어를 사용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으나 직원은 도통 알아듣지를 못하고 그 때 내가 나섰다.


Hello, Listen. I buy this ticket now, go to inside. Go out, I have a dinner. And come again. It’s possible?


나의 저급 저질 영어는 오히려 의사소통에 효과적이었다.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인도인 직원은 이내 환한 표정을 지으며 오케이를 남발했다. 내 영어 밑천은 이렇게 쉽게 드러나버렸다.





 

우다이뿌르의 인공호수, 피촐라에 솟아있는 레이크 팰리스 호텔은 007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여행기를 가만히 읽어보자니 하룻밤 보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비싼 돈을 치른 사람도 있었고 함께 쉐어하자는 글도 있었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인도에서의 고급 호텔은 어떨지.



 

얼굴이 그새 많이 탔다. 여행 초기에 나의 국적이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관심을 가져하던 사람들은 이제 나를 붙잡고 한참을 생각한 뒤에야 소심하게 말한다.

“비에…트남??”





 

우다이뿌르는 세밀화와 공예가 발달했는데 세밀화 그림을 그리는 클래스와 요리교실, 헤나를 해주는 곳, 세밀화를 응용해 네일 아트를 해주는 곳까지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몸에 무엇인가 바르고 칠하는게 싫어서 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수많은 여자분들은 어떤 집이 예쁘게 잘해주는지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었다. 확실히, 살결이 하얀 한국 사람이 헤나를 받으면 훨씬 이뻐보이긴 했다.(주관적임)



 

게스트하우스 아저씨를 통해 택시 투어를 떠났다. 가이드북에는 버스나, 릭샤 등을 이용해 접근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산 위로 올라갈 수가 없다. 사람은 사람대로 차는 차대로 돈을 내고 가야했는데 어떻게 인원이 모여서 갈 수 있었다. 운전수 한 명과 한국 사람 네 명. 과적에 걸리는 것이 아니냐며 가위바위보를 해서 차 트렁크에 집어넣자는 이야기도 했지만 별다른 통제가 없이 몬순 팰리스에 입성할 수 있었다. 몬순 팰리스에 도착한 것은 살짝 늦은 오후, 저멀리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우다이뿌르의 모습은 괜히 화이트시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 투어의 참가자들.



 

몬순 팰리스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낮은 곳이 쉽사리 내려다보이는 이 곳은 거의 깎아지는 듯한 절벽 위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 난간에 걸터누워 잠을 자는 외국인들이 종종 보였다. 뒤척임 1회면 사망 1회로 바꿀 수 있을 터.



 

두 커플인지 썸남썸녀인지 여자는 위에 앉아있고 남자는 아래에 앉아 서로를 바라봤다. 왠지 여자가 눈이 부셔서 싫어했을 거 같지만서도 참 예뻤다.

ㅇ







 

몬순 팰리스의 핵심은 저 석양을 보는 게 아닐까? 더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더러는 자신 만의 침묵에 빠져 주황빛 석양을 맞으며 넘어가는 해를 구경했다.







 

돌아와서는 택시 투어를 한 사람들과 식사를 했다. 우다이뿌르에는 은근 먹을 것이 많다. 맛집도 많고 일단 풍광이 좋으니 뭘 먹어도 맛있었다. 가이드북에 나온 맛집도 어느 정도 준수한 수준이었고 도착 당일 먹은 염소나 라낙뿌르를 다녀오며 먹은 닭백숙에 이가 얼어버릴 것 같던 킹피셔도 맛있었지만 매일 아침 챙겨먹는 뮤즐리의 맛은 일품이었다. 다양한 과일과 곡물, 커드와 꿀, 그리고 석류 토핑을 완벽한 콜라보레이션 그 자체였다. 우다이뿌르를 기점으로 매일 아침 뮤즐리를 먹는 습관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다리를 건너기 전의 관광지의 중심에 있는 작디쉬 사원은 시티 팰리스를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비슈뉴 신을 위해 만들어진 이 사원은 우다이뿌르에서 가장 큰 사원이라는데 깎아지는 듯한 계단과 높은 건물, 대리석 조각들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사원에 들어가 있는 것보다 사원의 입구에 다른 거지들과 앉아 사원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인도에서의 결혼식, 인도에서는 빈부에 따라 결혼식의 길이가 달라진다고 한다. 여자들은 예쁘게 꾸미고 헤나를 하곤 결혼식 장소까지 이동을 하면서 흥겹게 춤을 춘다. 악단은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의 머리에 돈을 갖다 대었다. 왜 저러는걸까 싶었는데 들어가서 검색해보니 신의 축복을 기원한다는 의미라는 것 같다.



 

우다이뿌르에서 닳도록 건너다닌 다리. 저 멀리 랄가트 게스트하우스의 루프탑 레스토랑도 보인다.


 

 





 




 

잔잔한 호수에는 세상이 그대로 비춰져보였다. 거울처럼 있는 그대로를 비춰내는 호수를 보며 호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세태는 있는 그대로를 비춰내는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 날은 인도식으로 결혼하기 좋았는지 시내 여기저기에서는 결혼행렬이 가득했다. 그리고 서양에서 온 누나들은 마치 스페인의 이비자 클럽에 간 마냥 신나게 흔들어댔고 지역 일간지인지 웨딩사진인지에 실리게 되었다.


 

 

시티 팰리스 입구










 

 

분디에서 헤어졌던 누나가 우다이뿌르에 오게 되면서 어찌 어찌 다시 만나게 되었다. 누나는 내가 자이살메르랑 조드뿌르에 있을 동안 푸쉬카르 쪽에 있다가 온 모양!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두 명의 누나들과 식사를 했는데 조금 어색어색하긴 했다.


 

 

레이크 팰리스 호텔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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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이뿌르는 다시 생각해보면 휴양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관광도 할 수 있었던 뭔가 박자가 맞는 도시였다. 라자스탄하면 사막의 이미지가 거센 편인데 우다이뿌르는 사막과는 거리가 먼, 비교적 깨끗한 느낌이 들었다. 우다이뿌르에서 일정 진행하는 동안 누나와 분디 부근에서 만나 자이뿌르까지 동행한 건축학도 형님이 우다이뿌르에 도착했고 형과 방을 하루 쉐어하기도 하고 라낙뿌르에서 다같이 다녀왔다.

 

우다이뿌르에서 다음 목적지로 삼은 곳은 디우, 바라나시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디우에서 만나기도 했고 남쪽에서 여행해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디우를 지상 최대의 낙원이라고 했다. 물론 고아를 낙원이라 꼽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 머리 속에는 해산물로 끓여먹을 라면만 그려져있었다. 우다이뿌르에서 디우까지 가는 방법은 먼저 아메다바드까지 버스로 이동을 하고 아메다바드에서 디우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사설 버스를 이용했기에 사설버스 스탠드에서 오전에 출발했는데 아메다바드에는 저녁 때 도착했고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슬리퍼 버스에 올라 다음날에서야 디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