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인도] #15. 뭄바이에서의 하루

2013. 1. 7. ~ 2013. 3. 1.

#15. 뭄바이에서의 하루 (2013. 2. 8.)

뭄바이, 인도

 

 

지옥과 같은 여정이었다. 버스에 타기 전에 과자와 과일을 챙겨왔기에 망정이지 휴게소에서 밥 먹으라고 내려줄 때까지 먹을 것이 없었다면 괴로웠을 뻔 했다. 장장 2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가야했기 때문에 조금 지루할 수도 있었다. 마치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는 마냥 침낭을 깔아놓고 그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중간에 내린 휴게소에서는 로컬 휴게소라서 그런지 숫자조차 구자라트 식의 표기법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구자라트 숫자 표기법을 검색하다가 웨이터와 수신호를 통해 값을 지불하고 음식을 먹었다. 나는 가장 무난한 치킨 커리를 먹었는데 고수 나물조차 우걱우걱 먹는 나의 모습을 보곤 누나가 질렸다는 표정을 했다. 그리고 고수 나물에서 썩은 걸레가 느껴지지 않냐고 말했는데 그 이후로 고수가 조금 어려워졌다. 고수.. 너란 녀석. 아이스크림까지 하나 요란하게 먹어주고 다시 번데기 모드로 들어갔다. 분명 디우에서 출발한게 아침이었는데 뭄바이에 도착하고 나니 또 다른 아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뭄바이는 엄청 거대한 도시여서 도시 곳곳에서 버스가 정차하는데 우리는 넋을 놓고 자고 있다가 버스의 마지막 종점에 이르러서야 내렸다. 구글 지도를 확인해보니 조금 어중간한 위치라서 택시를 타고 일단 CST 쪽으로 이동하고자 했다. 북인도에서의 릭샤만 생각했지 남인도의 택시는 전혀 겪어보지 못했던 우리에게 택시 아저씨는 가격을 제시했고 우리는 그냥 미터기를 돌리자고 했다. 왠걸, 미터기로 돌린 가격이 더 나와서 우린 아저씨한테 팁 삼아 잔돈을 받지 않고 택시에서 내렸다. 이게 바로 남인도의 훈훈한 분위기던가? 사기를 두려워했던 우리는 왠지 여긴 긴장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고풍스러운 CST역 주변을 배회하다가 사설 버스스탠드를 찾아가 함피로 가는 버스표를 문의했지만 함피로는 버스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 뭐라고요? 다섯 군데에 문의했지만 몇 군데는 세미 슬리퍼에 가격도 심각하게 비싼 수준이라서 이러지말고 아침이라도 해결하면서 찾아보자고 했다. CST 근처에는 맥도날드가 있는데 인도의 맥도날드 체험이라고 하면서 자리를 차지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다가 인도 계열 버스 예매사이트와 트립어드바이저 쪽을 살펴보다보니 버스가 있긴 있다. 물론 위치가 어디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하니 전철을 타고 사무실까지 와서 이야기하자고 했다. 표는 충분하단다 흐흐.

 

그래서 맥도날드를 나와 CST를 둘러보곤 먼저 표를 해결하고 다른 관광을 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전체적인 이동은 그렇게 난이도가 있는 편이 아니었다. 단지 우리가 도착한, 사무실이 있다는 그곳은 건설현장이었을 뿐.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라 엄청 헤맸지만 버스표를 끊는 곳은 발견할 수 없었다. 마트에서 물을 하나 사서 마시며 다시 머리를 굴렸다. 분명 이 곳에 있는데 우리가 못 찾는 것일테지. 주변 상가에도 물어보고 돌아다니다보니 공사현장처럼 벽을 처놓은 곳에 문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안쪽에는 허름한 주택가와 함께 우리가 찾던 버스회사가 있었다. 표를 끊고 짐을 맡긴 후에 우리는 뭄바이에서 그래도 뭘 보고 가야 잘 봤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을 했다. 오후 5시에 떠나는데 시간도 촉박한 편이고 도비 가트에 가보기로 했다.


 

 

도비 가트의 모습, 뒤쪽의 고층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과 비교해볼 때 사뭇 대조적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도비가트 위쪽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곤 있었지만 누구도 들어가보려고 하지 않았다. 누나 말로는 저 안에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 그래서 겁이 조금 났지만 그래도 한 번 들어가보았다. 왜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그렇게 위험하겠어라는 정말 위험한 생각을 하고 말이다.


 

 

세계적인 빨래터라고 불리는 도비 가트, 불가촉 천민인 사람들이 빨래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곳인데 카스트 제도답게 그 업은 자식들에게 이어져내려간다. 집안 내력인 셈. 호텔이나 대형 숙소의 빨래가 이 곳에 모였다가 다시 호텔이나 대형 숙소로 돌아가는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로 인해 점점 가트가 줄어들고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애기들도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고 날이 조금 더워질 찰나라 그런지 빨래를 본격적으로 하는 듯한 양상을 보이진 않았다.


 

 

카스트 제도는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지만 도비 가트의 도비 왈라들은 오늘도 빨래를 하고 있다.


 

 

누나의 우려와는 달리 이 곳에는 순진한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있었다. 마치 “이 곳에 외국인이 내려온게 십수년만의 일이지 아마” 이런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기도 했고 짜이를 마시면서 우리의 동태를 구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함피, 정확하게는 호스펫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는 길, 뭄바이는 인구도 많고 여기저기가 번잡한 느낌이 크다. 뭄바이에서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가기로 하고 버스 회사 근처의 음식점을 찾아다니다가 좀 고급스러워보이는 가게에 들어갔다.


 

 

북인도에서 탈리를 주구 장창 먹었다면 남인도에 와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밀즈. 남인도식 탈리다. 진….짜 맛있었다. 누나 웃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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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져 서브웨이에서 음식을 테이크아웃해가려던 우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대신 물을 보충하고 과자 부스러기를 얼른 구매해서 (이 때 누나는 다크 판타지에 빠져 있었다) 버스 회사로 갔지만 버스는 제 시간에 도착하질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서브웨이 사올껄… 누나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아저씨들이 나에게 짜이를 내밀면서 둘이 어떤 사이냐고 물어봤다. 누나가 귀찮을 때는 종종 날 남편이라고 했었기 때문에 나도 그냥 신혼여행 중이라고 했다. 훈훈한 대화가 오가는 것도 잠시 누나가 나타나자 아저씨들은 자기들의 의자를 들고 사라져버렸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버스가 도착했다. 여기서 밝히자면 정말 아무런 사이가 아니다. 오해 마시길….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