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7. ~ 2013. 3. 1.
#20. 마이소르에서의 낭만적인 밤(2013. 2. 21. ~ 2. 24.)
마이소르, 인도
마이소르에 다시 돌아와 숙소부터 찾기 시작했다. 도심 근처의 숙소는 가격을 가격이라고 치더라도 뭔가 깔끔한 맛이 없었다. 조금 외곽에서 오가더라도 지속적인 관리가 되는 곳을 원했기에 유스호스텔을 방문하게 되었다. 유스호스텔을 가는 길에 느낀 바는 마이소르는 진짜 버스시스템이 기가막히게 잘되어 있다는 사실. 아마 릭샤꾼들은 다 굶어죽었을지도 몰라. 이렇게 편한걸? 참고로 마이소르 유스호스텔은 기본 100루피에 학생은 조금 더 할인된 가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짐만 내려놓고 쾌적한 도시 마이소르를 거닐었다.
마이소르는 오일과 꽃과 염료가 유명하다. 시가지 중심 근처에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데 컬러 빙수 같은 염료가 예쁘게 전시되어 있고 오일샵에서는 지나가는 고객을 잡아볼까 하여 호객꾼이 얼굴을 내비치고 있었다. 오일 향은 제법 괜찮은 편이었는데 짐을 더 늘리기 싫어서 구매하지는 않았다. 내가 구매하면 용돈을 받기로 했던 모양인지 아이는 내가 사지 않을 거라는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래뵈도 내가 매일매일 시장에 출근할 때면 반갑게 인사해주던 아이다. 측은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저 염료는 일종의 물감인데 물을 조금만 넣어 섞으면 종이에 그릴 수 있었다. 인도 사람들이 이마에 찍고 다니는 빈디를 찍는 쿰쿰 가루와 같은 것 같다.


여기저기에 생화를 파는 상인들과 생화를 사려는 사람들이 거래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생화는 방향제로 쓰이기도 하고 제단에 올리기도 하고 아예 꽃다발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마이소르의 현대화된 버스와 사람들. 북인도에서 유리창에도 사람이 매달려가던 것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엄청 깔끔하고 양호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시계탑이 여기저기서 쉽게 보이기 때문에 방위의 기준을 시계탑으로 잡으면 이동에 편리하다. 이쪽이 시내 중심부 부근인데 터미널 근처에는 제법 큰 마트가 있어 마트 구경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동남아 쪽에 여행객들이 한국에 오면 마트 구경을 그렇게 많이 하는 편인데 그 느낌을 마이소르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시장에는 꽃과 염료만 파는 것이 아니다. 여러가지 과일도 팔고 노점상에서는 슬슬 망고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노점상 땅콩아저씨한테서 땅콩 한 봉지를 사서 먹는게 일과가 되었다.

꽃목걸이를 만드는 할머니.


마이소르 궁전의 모습. 궁전 앞에 놓여있는 정문으로는 출입을 할 수 없다.


마이소르 궁전. 일요일 밤이면 궁전과 부속 건물에 붙어있는 10만개의 전구에 불이 반짝 들어오는 점등식을 거행한다. 마침 일요일까지 마이소르에 머물러야하는데 숙소가 일요일부터 풀로 예약되어있다고 했다. 천만 다행이다.
마이소르에 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호텔RRR의 밀즈. 숟가락도 안줘서 손으로 촵촵먹고 씻으면 된다. 인도 여행이 길어질 수록 오른손으로 솜씨 좋게 요리를 먹는 내 모습이 보인다. 아, 심지어 사람들도 내가 인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거 같다. 전혀 위화감이 안들잖아.




시장도 다 돌았겠다. 짐은 코치로 가는 사설버스 사무실에 맡겨놓고 점등식을 보러왔다. 사무실의 전기코드에 배터리 충전까지 하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상표가 기억이 안나지만 대도시 인근에서만 판다고 누가 그랬던 생수. 바슬리였나?
해가 저쪽너머로 사라지고 관내에는 삼각대를 설치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만 갔다.








마이소르에 관광 온 인도인.jpg

점등식은 아름다웠다. 넋을 놓고 봤고 그래서 할 말이 별로 없다. 사진도 사진 나름이지만 직접 가서 보는 감동과 비교할 수 없는 것 같다. 가끔 운이 좋아 실물보다 더 나은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외관의 불이 잠깐 꺼졌다가 파밧하고 들어올 때의 그 느낌, 온 몸에 돋는 소름과 시각적 낭비는 역시 직접 봐야한다. 그 밤의 공기가 떨릴 정도였으니까. 다만 남인도이기도 하고 조금 낭만적인 포인트라서 그런지 주변에는 어느덧 커플들이 득실득실거렸다. 하… 둘이 가길 권장한다. 아니라면 가서 하나 잡아오시길.

코치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기전에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나름 고급음식점에 들어가서 만찬을 먹는다. 버스가 전복되어 최후의 만찬이 될지도 모른다며 한 병 맥주도 곁들이고 괜히 아쉬워 두 번째 맥주까지 곁들인다. 잼배와 시타르로 연주하는 전통 인도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식사를 끝마치고 마이소르에 작별을 고한다. 이제 마지막 도시 코치, 내 인생 중에 가장 긴 여행이라 그런지 겨우 맥주 두 병에(큰 거로 시키긴 했지만) 피로감이 몰려왔고 버스에서 자세를 제대로 잡고 그 피로감에 몸을 맡겨보았다. 혼자라서 조금은 쓸쓸했던 낭만 자체가 역설적으로 와닿던 마이소르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