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인도] #21. 코치에서의 작별

2013. 1. 7. ~ 2013. 3. 1.

#21. 코치에서의 작별(2013. 2. 25. ~ 2. 28.)

코치, 인도


버스는 에르나꿀람의 한복판에 나를 내려놓았고 문맹률이 가장 낮고 복지가 가장 잘되어 있는 이 곳에서의 방황은 시작되었다. 숙소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던 터라 선착장 주변으로 이동하다가 발견한 서브웨이에서 오늘의 특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대충 몇군데를 검색해보았다. 포트코치와 에르나꿀람 중에 접근성이 좋은 곳에 숙소를 잡고 싶었는데 포트코치는 생각보다 홈스테이가 많았고 성수기를 맞이해서인지 방값이 비쌌다. 흘러흘러 에르나꿀람의 사파이어 투어리스트 홈에 450루피를 주고 묵기로 했다. 이 곳의 좋은 점은 24시간 체크아웃이 된다는 점과 나름 깔끔함을 들 수 있겠다.



 

에르나꿀람에서 포트코치로 이동하려면 페리를 이용해야 한다. 편도 2.5루피인데 잔돈을 갖고 다니면서 끊어주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에르나꿀람이 도시의 느낌을 자아낸다면 포트코치는 여행자 거리의 느낌이 만연하다.










 

포트코치만 놓고 보자면 걸어다니기는 조금 빠듯한 느낌이라 버스와 같은 대중 교통을 타는 편이 나았다. 심지어 코치는 남쪽에 있어서인지 제법 더워왔으니까.



 

해안가에는 물고기를 잡기 위한 어망과 어선이 즐비했고 근처의 식당에서는 해산물 요리를 선보였다. 피시 앤 칩스 같은 단촐한 요리부터 께랄라 전통음식까지 다양한 음식을 시원한 맥주와 깃들일 수 있었다.





 

중국식 어망,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고 가끔씩 시연을 해주는데 물고기를 잡기 위해 들어가는 노동력이 제법 많았다.



 

여행을 되돌아보니 참 많은 것을 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더라. 고카르나-우띠-마이소르-코치까지 한국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고 조금 외로움을 탔나보다. 이런 쌉싸르한 초콜릿 같은 느낌이 향수라는 건가보다 하고 오늘도 하나 배운다.








 

포트코치에는 아기자기한 카페나 맛집도 많고 까따깔리를 볼 수도 있으며 에르나꿀람보다 여행자가 할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방문할 당시 비엔날레가 진행 중이라 전시된 작품들도 봤고 북 카페에서 또 다른 책으로 교환했으며 그 책을 들고 카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했다. 유대인 거리와 시나고그, 각종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날씨가 더우면 길거리에 널려있는 망고를 사먹거나 아이스크림 집에 죽치고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주인이 흥미로워하는 것으로 봐서 동양인 여행자는 이 집에 잘 안 오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코치, 께랄라 주에 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백 워터 투어, 수로유람이었다. 수로유람은 반일 코스와 종일 코스, 가격에 따라선 침대가 딸려있는 배를 빌릴 수도 있었는데 나는 종일 코스를 신청했다. 중간에 점심은 나왔고 가격은 650루피였다. 여행이 막바지라 남은 루피를 소진하느라 먹을 것, 노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에 1000루피 예산으로 살아왔으니까 께랄라에서는 나에게 휴양의 느낌이었다.





 

좁은 수로를 따라가다보면 다른 보트를 만나기도 했고 작은 마을이 나타나기도 했다. 대자연 속에서 야생 파인애플도 발견했는데 파인애플이 그렇게 자라는 것임을 처음 알았다.





 

바나나 섬유로 실을 뽑아내는 모습





 

외딴 섬에 우리를 내려주곤 짜이와 식사를 제공했는데 배고프지 않도록 충분히 밥을 제공했다. 밥 자체는 나름 먹을만 했다.





 

꾸벅꾸벅 물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다가 졸기도 하고 대낮의 햇볕임에도 물 근처라 그런지 시원해서 기분이 좋았다. 다른 관광객들은 둘씩 오거나 해서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나는 철저하게 혼자였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에르나꿀람에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다가 그랜드 파빌리온에 가서 식사를 했다. 나름 코치에서 알아주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저녁에 가서인지 분위기가 진짜 음청 좋았다. 요리를 두 개 시키고 맥주도 한 잔 하니까 돈 쓰는건 금방이더라.




공항으로 가는 마지막 날, 에르나꿀람에서 먼저 친구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사기로 했다. 히말라야 립밤이 그나마 나은 것 같아서 히말라야를 찾아가서 립밤을 샀고 어머니께 드릴 풋크림도 좀 샀다. 그리고 함피에서 헤어진 누나가 목욕탕에서 비싸게 파는 샴푸에 격노했던 지라 전해줄 2루피짜리 샴푸 다발도 챙겨놨다.













공항까지 가는 버스는 6시에 포트코치에서 떠났다. 시설은 보는 것처럼 엄청 좋았다. 공항까지 공항버스가 운행을 하는 덕분에 비교적 편안하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고 수속까지는 시간이 많아 공항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과 끼니를 가볍게 때웠다. 에어아시아가 코치공항에 들어오면서 프로모션 행사를 해서 비행기는 코치-쿠알라룸프-서울이 27만원이었다. 인도여행동안 쓴 돈을 정산해보니 50216루피, 생활비로만 100만원 남짓을 썼더라. 뭔가 생각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난 인도꿈에서 깨어날 시간, 페이스북 계정에는 비행기표를 올려놓고 “Kick”이라고 적어뒀다.

에어아시아는 좌석이 많이 좁은 편이다. 심지어 창가에 옆자리 사람의 덩치가 커서 쿠알라룸프까지 불편하게 갔다. 그러면 어떤가? 가격이 저렴하면 장땡이지. 쿠알라룸프에서 환승편을 타고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 나는 내가 다른 공간에 머물다 온 것을 오롯이 느꼈다. 겨울에 출발했지만 계절을 거슬러올라가 가을과 여름, 봄을 다시 겪고 새로운 겨울을 맞이하는 느낌. 서울의 칼바람은 낯설었다.


수화물을 찾아 위쪽에 넣어둔 야상을 입고 공항으로 나오니 자신의 일행을 기다리는 방문객들로 인천공항은 분주했다. 인천공항의 깨끗함과 걸어다니는 사람이 모두 예뻐보이는 심각한 시력저하 현상(이 현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을 경험했고 인도인처럼 보이는 거울 속 나의 모습에 한 번 놀라기도 했다. 공항리무진을 타고 자취방 앞쪽에 내려 단골 순대국집에서 노숙자 취급을 받으면서 순대국을 한 접시 뚝딱해치우고 내 공간으로 돌아왔다. 반지하 8평의 공간에는 다시 불빛이 켜졌고 나는 제법 추웠다는 겨울, 터지지 않은 보일러에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아예 펴보지도 않았던 가이드북의 라다크 부분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