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032 선물

 어렸을 적, 자전거를 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누군가 길가에 버린 것을 깨끗하게 닦고 손을 본 것이었지만 내가 타고 다니던 무거운 자전거보다는 제법 날렵하고 가벼웠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쇼핑을 할 때면 그 사람에 대해 몰입하게 된다.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은연 중에 내게 말하지 않았을까? 뿐만 아니라 선물에는 선물을 주는 사람의 개성이 나타난다. 술을 좋아하는 친구는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선물로 주었고 글을 쓰는 친구는 사소한 오해로 헤어진 친구에게 시집을 사서 보냈다.

 지난지 얼마되지 않은 졸업식이었다. 식장에 들어갈 생각을 추호도 없었거니와 아는 친구들 사진을 찍어서 보내줄 겸 졸업식에 갔다. 편도 2시간 10분의 거리를 양복 차림으로 간다는건 조금 부담되는 일이다. 과 후배에게 카메라를 빌려 졸업을 추억으로 갈무리하는 도중에 함께 일하던 근로부서 후배를 만났다. 그 후배를 만날 줄 몰랐기에 반가웠고 후배가 내민 졸업선물이라는 것에 의아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을 정도로 관심을 가져주었던가? 선배 마음에 들지 모르겠다는 그녀와 헤어지고 교수님들과 조교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눈 뒤에 도시락집 아저씨에게 인사를 드렸다. 카메라를 되돌려주기 전에 케이블에 ‘선배이용권’이라는 이스턴에그를 달아놓곤 운영사무실에 맡겨놨다.

 후배의 선물은 음반이었다. 일하면서 나누었던 음악이야기를 기억했는지 피아노가 가미된 재즈음반이다. 보통 자신있어하는 것을 선물하기 때문에 국악이 더 익숙한 후배에게 음반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더구나 음반 선물을 받는 것은 7년만이라 반갑기도 했다. 아침마다 틀어놓던 클래식 음반을 멀찍이 치워놓고 요새 선물로 받은 음반만 듣고 있다. 책은 책을 읽는 동안 상대를 생각하게 되고 음반은 음악을 듣는 동안 상대를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만나던 사람에게 화분을 선물해준 적이 있다. 이미 집에서 식물을 가꾸는 취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해서였다. 선물은 단순한 의미를 뛰어넘은 메세지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