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 사관학교에 다닐 때 태국에서 위탁교육을 받으러 온 사람이 있었다. 태국은 군부의 힘이 꽤 강력한 편인데 티비에서 심심찮게 군부쿠데타의 기사를 볼 수 있다. 왕궁 근처에 국방부가 있는데 국방부에서 헌병이 두 명 뛰쳐나와 제대로 각을 잡고 서니 지나가던 차가 모두 멈췄다. 도로가 정리되자 높은 사람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나왔고 그 헌병들은 여전히 각을 잡으며 국방부로 들어갔다. 군대에서의 마땅히 해야할 일은 그 안에 있을 때 생각해본 결과 어떤 것들은 최고의 효율을 위해, 어떤 것들은 상명하복의 문화를 위해서 존재한다. 군대라는 조직은 철저한 소비집단이기 때문에(물론 자체적인 재생산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또한 군대라는 조직은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데 방위에는 작전이 따르고 작전에는 절대적인 명령과 움직임이 필요하다. 효율성과 강제성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과연 이러한 것들로 불합리성을 설명할 수 있을지는 넌센스지만 아무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군인들을 보고 그 태국 생도가 생각났고 친구들이 생각났으며 내가 뛰쳐나온 그 곳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날 밤은 어김없이 재입학하는 꿈을 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