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 슬로길

 

완도에 도착해서 머물 곳을 찾다보니 생각보다 머물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다음 목적지인 청산도 배시간을 확인해보니 마지막 배가 곧 떠날 예정이었다.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여객터미널로 이동해 그날 청산도로 가는 배에 탄 마지막 손님이 될 수 있었다. 청산도는 슬로시티, 슬로길과 같은 것으로 유명하다. 구들장 논이 구비구비 놓여있는 청산도에 유채꽃이 노오랗게 향연을 이루다 스러지고 그 빈자리를 청보리가 슬며시 차고 물이 오른다. 그쯤 날씨가 쾌적하고 관광객이 많아 성수기를 이루고 그 외에는 축제시즌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했다. 어둠이 내린 뒤에야 청산도에 도착했고 항구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식당에서 전복뚝배기를 해치운 뒤에야 버스가 모두 끊기고 이동할 방법은 도보나 택시 밖에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뚝배기 집에서 민박 집에 하나씩 전화를 걸어 빈방이 있는지 물어보았고 커다란 방에 내 몸을 차곡차곡 넣어둔 뒤에야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수많이 헤어져왔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그 사무치는 감정에 숙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