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을 찍고 디지털 현상을 하다보면 내가 찍는 사진의 패턴을 알 수 있다. 자주 등장하는 사물에는 우편함, 빨래집게, 노란색 가로등, 사람들의 뒷모습이 있는데 우편함은 특히나 각별하다. 크리스마스에 진주를 방문했을 때도, 왕십리 근처의 재개발지역의 골목 속에서도, 북촌 마을의 어느 카페 근처에서도 우편함을 만났다. 어린 시절 우리 집 우편함에 하얀 봉투라도 꽂혀있으면 괜히 설레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내가 아는 이에게 볼펜으로 눌러쓴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던 그 때의 감성이 떠오른다. 간혹 과학잡지의 부록에 붙어있는 엽서를 떼어 이것저것 공모하여 보내긴 했지만 내가 당첨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누군가에게 엽서 쓰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며 전달해주는 것도 좋다. 상대방이 화장실에 갔을 때 보던 책에 책갈피 대신 꽂아놓는 것은 더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