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 되돌아옴

 

 7살 때까지 살던 그 동네는 시내에서 멀진 않지만 제법 외진 곳에 있는 작은 골목 동네였다. 동네의 입구에는 여고가 있었고 미술학원에 가기 위해 큰 길인 그 곳까지 나가야 했다. 큰 길로 나가는 도중에는 커다랗게 하수구가 있었는데 어린 나는 그곳을 지나가다 무너져내릴까 무서워 가길 꺼려했다. 마을의 깊숙한 곳은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고 외졌기 때문에 가지 말라고 주의를 단단히 들은 터였다. 동네에는 구멍가게가 하나 있어 사람들은 생필품을 그곳에서 구매하곤 했다. 마을은 대체로 노인과 아이들이 많았고 안쪽 골목에는 벚나무가 흐드러지게 펴 버찌를 먹고 우리 집 앞에 씨앗을 심어 내 벚나무를 갖고 싶어하기도 했다.

 마을을 떠난 뒤 최초로 방문했을 때, 마을이 여전히 건재했다. 나이가 많고 아이들 가운데 골목대장인 셈이었던 천용이 형은 태권도를 그만두곤 살이 불어버려 예전의 위용이 사라지고 푸근한 인상만 갖고 있었다. 더운 여름 날, 학원에서 배운 웅변을 할머니들 앞에서 하고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보챘었다. 쌈짓돈을 꺼내 아이스크림을 사주시던 할머니들도 더 깊은 주름살과 초연한 백발로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두 번째 방문은 조금 늦었다. 수험 도중 아무개 할머니의 부고를 듣긴 했었지만 차마 가보진 못했다. 수험을 마치고 찾아간 동네는 절반이 허물어져 주차장이 되었지만 안쪽 동네는 무사했다. 그리고 최근 세 번째 방문에선 안쪽 동네도 허물어지거나 다른 건물로 새로 지어졌고 왠지 낯선 편의점 간판이 슬펐다.

 우도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 성산항으로 가는 길목에 또 다른 항구가 있었다. 덕분에 걸음도 아끼고 조금 더 일찍 우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예전에 왔던 우도는 비수기였기에 사람들이 적었고 우도에 우리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도착한 우도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수많은 차량과 오토바이, 자전거의 행렬을 피해 걸어야 했다. 이게 원래 우도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 제주에서의 목적은 우도와 협재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떠들석했지만 차분히 예전에 만났던 우도를 하나씩 되짚어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