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에게 열심히 구애를 하는 사람을 보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보고,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들 한다. 전자든 후자든 노력이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으나 뭐든지 타이밍이 있다는게 내 소견이다. 아무리 호감이 있더라도 상대방을 만날 수 없다면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고 내가 아무리 좋아한들 상대방이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다면 이 또한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아이디어가 뛰어나도 추진력이 없으면 일을 그르칠 것이고 추진력이 뛰어나도 아이디어가 없으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게 된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난 눈에 자주 띄려고 했다. 이야기 상대가 필요하면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고 술 상대가 필요하면 술 상대가 되어주는 식으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단 소극적으로 다가갔다. 이러한 방법은 성공을 거둘 때도 있었지만 내가 상대방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되기 전에 다른 사람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단순히 시기만 맞으면 될까? 또 그런건 아니다. 호감의 진전을 위해 설렘이 필요하다. 칸나와 같은 알뿌리를 갖고 있는 식물은 근본적으로 한 번만 꽃피우는 것이 아니라 관리를 잘 해주면 여러 해동안 꽃을 피울 수 있다. 따뜻한 계절에는 괜찮지만 차가운 계절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 알뿌리를 캐내 윗부분을 도려내고 석회 처리하여 보관해야 뿌리가 죽지 않는다. 설렘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봄날에 벚꽃이 피고 지듯 설렘도 싹텄다가 이내 낙화하기도 한다. 설렘의 뿌리가 썩지 않게 물을 주기도 해야 하고 한기에 상하지 않도록 따뜻한 실내로 옮기기도 해야 한다. 그런 정성스런 보살핌 끝에 꽃이 피듯 설렘도 싹트고 만인의 사랑은 지속된다. 설렘의 뿌리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지만 신뢰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