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시작은 혼자였다. 처음 나간 비행기에서도 혼자였고 성인이 되어 나선 짧고 긴 여행에서 난 언제나 혼자였다. 물론 중간에 다른 사람과 만나 함께 다니기도 했으나 여행의 처음과 끝엔 항상 혼자였다. 왜 혼자라는 것을 그렇게 고집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면서 평소에 찍지 않던 사람 사진이 부쩍 늘었고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약간의 불편함도 감내했다. 왜냐하면 그 불편함은 내게 그렇게 큰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귀기 전, 그저 선후배였던 우리의 관계는 담백했다. 그녀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고 난 그날 아침 아무런 버스나 타고 떠날 거라고 말했다. 같이 가고 싶다고 했고 그러라고 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남 진주에서였다. 많이 걸었고 많이 이야기했으며 많이 마주봤다. 그 때도 별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진짜 아무런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꽤 오래전에 유명했던 “난 선생이고 넌 제자야”도 아니고 “난 선배고 넌 후배야”였다. 아무튼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고 헤어질 사람은 헤어진다고 우린 13년 8월을 소매물도에서 함께 보냈고 15년 5월엔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행 중 만났던 그 누구도 알려주지 못했던 함께 여행함의 즐거움을 선배인 나는 후배인 그녀에게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