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한붓그리기

 

여행을 정하고 일정을 짤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선은 한 붓그리기다. 동네를 돌아다니더라도 같은 곳에는 가지 않고 같은 길을 사용하더라도 건너편 길로 가거나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처음 간 느낌이 좋은 곳도 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간 느낌이 좋은 곳도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찾은 곳에서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소매물도에 처음 갔을 때에는 새벽 첫 배로 들어가서 점심 무렵에 나왔다면 이번에 갔을 때는 오후 느즈막한 배로 들어가 아침 배로 나왔다. 다음엔 또 어떤 느낌을 줄지 모르겠다. 다음에 또 언제 방문하게 될지 모르겠다. 등대섬을 두 번째로 등 뒤에 놔두고 걸으며 어쩌면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이 외로운 섬에 작별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