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밤에서야 둘러본 쉐지곤 파고다를 오늘은 오후에 돌아본다. 서늘했던 밤 공기와는 다르게 작열하는 태양이 경건한 맨발을 달군다. 날씨도 사람들의 간절함을 막을 수는 없는지 저마다 사연을 안고 경내를 서성인다. 물론 오래된 그늘이 신이 사람들을 어루만지듯 사람들을 더위로부터 지킨다.
아빠에게 번쩍 들려 햇빛과 함께 반짝이는 사원에 들어선 아이도 만난다. 인도도 그랬지만 이곳 미얀마 바간에서도 종교는, 신은 생활 도처에 머무르고 있다. 이끌리듯 갔다 사회로 되돌려진 나의 짧은 종교 생활은 아빠와 아이와 비교했을 때, 길이도 길이지만 신앙심의 무게도 가볍다.
여행 4일차, 슬슬 이번 여행을 떠나온 이유에 대해 느낌표에서 물음표로, 물음표에서 맥아리가 없는 마침표로 이어지는 도중이다. 이번에 떠나지 않으면 다시 떠나지 못할 것 같아서, 또 이제는 정말 떠나야할 것 같아서 떠나왔기에 서늘한 벽에 이마를 대고 나만의 호흡으로 여행하기로 다시 한 번 힘겹게 다짐한다.
여행지에서, 그 중에서도 사원이나 성지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다. 나는 얼마나 절실할까? 나는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가? 고백하자면 나이가 들어 겉으로만 현명해지면서 이제는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는다. 여행에서도 아주 열심히 다니지 않는다. 그냥 한 호흡에 한 발자국이면 그것으로 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