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039 소

 외갓댁에 갈 때는 항상 신났다. 철제 여닫이문을 열고 나오면 소백산이 내려다보고 있는 시골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방학이 끝나자마자 나는 외갓집으로 보내졌다. 큰외삼촌은 농사와 소를 키우는 일을 함께 하셨는데 눈싸움과 눈썰매, 종이비행기가 지겨워질 때면 외양간에 들어가 소에게 건초를 줬다. 소를 귀찮게 하지 말라고 혼나기도 했지만 큰 눈을 꿈뻑이며 건초를 껌처럼 씹어먹는 소의 모습을 보는 일은 시골생활의 낙 중 하나였다.

 읍내로 들어가는 사거리에 있는 보림상회 옆쪽으로 시장이 있고 시장의 초입에는 정육점이 하나 있다. 가끔 들렀던 그 곳에서 뻐얼건 고깃덩어리 앞에 자랑스럽게 붙어있는 가격표와 선명하게 적혀진 외삼촌의 이름을 보며 내가 건초를 줬던 그 소는 아닌가 싶어 얼른 가서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다.

길을 가로지나가는 소를 보며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잘 가고 있는지 한 번 뒤돌아보게끔 하는 그런 사람.